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1 첨부파일 가비에 대한 고민 [2] sout****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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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며칠을 고민했었습니다.

이게 과연 나한테 필요한 가방인가.

인샬라가 있고, 알엑스가 있고, 바나나위크앤드, 최근에 산 슈투카 웨스트 우드가 있고, 아라미스도 있는데, 이렇게 큰 보스톤 가방이 또 필요한가.

그것도 한 브랜드에서,,,

 

그리고 다시 거꾸로 질문을 해 보았습니다.

어떤 물건을 살때 그 물건의 구매동기가 되는 것이 무엇인가.

실용성인가. 그 물건을 사야할 필요성인가, 용처가 있다면 그 사용 빈도는 얼마나 자주인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제까지 내가 물건을 산 이유는 그 물건을 필요로 하는 어떤 상황이 있고, 그래서 내가 그 목적에 맞는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물건을 보고, 사고 싶고, 샀다면, 그 물건을 사용할 상황을 만들어 가는 것에 가까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난 왜 그렇게 생겨먹었나, 그리고 그게 정말 나만 그런 것인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았습니다.

20세기 중후반 학계를 이끌었던 구조주의 철학자들이 근본적으로 전제한 것은 

이 세상의 사물이 있고 그것에 대한 이름을 정한 것이 아니라,

원래 세상은 혼돈 속에 모든 사물이 정의된 바 없이 혼란스럽게 있는 상태였는데,

인간이 그것들을 하나 하나 어떤 형태나 의미 등 기준을 가지고 분리해서 한 가지 사물로 정의했기 때문에 그 사물로 존재한다는 겁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밤하늘에 무수한 별이 있고 그것을 그냥 봤을 때는 반짝이는 수많은 점들이 의미없이 흩어져 있는 것을 보이지만,

거기에 어떤 별자리, 어떤 별, 어떤 은하 등으로 분리해 보게 되면 그것들이 의미없는 반짝이는 점에서 어느 별, 어느 별자리로 분리되어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처럼요.

 

이 논리를 반전시켜 적용해서 본다면, 어떤 상황이 있고 그 상황에 따른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한 물건이 필요한게 아니라,

가지고 싶은 물건이 먼저 있고, 그 물건에 맞는 상황을 만들어 가는 것도 살아가는 한 형태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배고프니까 먹고, 잠이 오니까 자는 그런 뻔한 행동 패턴만 반복 된다면, 그건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겠지요.

인간은 때로, 

이쁜 카메라가 있기 때문에 출사를 나가야 하고,

이쁜 찻잔과 티팟이 있기 때문에 티파티를 해야하고

이쁜 여행가방이 생겼기 때문에 가족 여행을 계획해야 하고

또 어떤 분은 이쁜 장화를 샀기 때문에 비가 와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제까지 산 가방들이 필요해서 산 것인가, 그저 사고 싶어서 산 것인가.

그렇게 물을 것이 아니라,

이 가방이 필요한 상황을 만들 수 있는가, 그저 사고 싶어서 사는 것인가.

라고 물어야 하고 

그렇다면 대답은 사야 한다  입니다.

 

이 가방을 사고 그 다음 주에 가족 여행 스케줄을 짜고, 숙소를 예약했습니다.

 

여행을 선물해 주신 보자기코리아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와이프 왈 : 이런,,,미Xsha, Gral하고 있네,,,